동해의 고립된 낙원 울릉도에서 마주한 신비와 경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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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 커뮤니티와 SNS 피드에는 뻔한 해외 휴양지 대신, 가기 힘들수록 더 가치 있다는 ‘국내 오지 여행’에 대한 갈망이 부쩍 늘었다. 특히 거센 파도와 험준한 지형 탓에 ‘날씨가 허락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신비로운 서사가 붙은 울릉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거워지는 추세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동해의 끝자락으로 향하고 있다.

바다가 빚어낸 거대한 화산의 조각

울릉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이곳이 우리가 알던 일반적인 섬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해저 2,200m 깊이에서부터 솟아오른 거대한 성층 화산의 꼭대기 부분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곳이기에, 섬 전체가 가파른 경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바닷물을 모두 걷어낸다면 그 높이가 3,000m가 넘는 거대한 산이라는 사실은, 이곳의 풍경이 왜 그토록 압도적인지를 설명해 준다.

섬의 중심부에는 말발굽 모양의 칼데라인 나리 분지가 자리 잡고 있다. 약 5천 년 전 마지막 분출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험준한 외곽과는 달리 평온한 분지 지형을 띠고 있어 묘한 대비를 이룬다. 해수면에서 984m 높이로 솟은 성인봉의 원시림을 걷다 보면, 이곳이 백두산, 제주도와 함께 여전히 살아있는 활화산의 범주에 속한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진다. 지하 온도가 상승 중이라는 보고와 곳곳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울릉도가 단순히 멈춰있는 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고 있는 생명체 같다는 인상을 준다.

역사의 파고를 견뎌낸 고립의 미학

울릉도의 역사는 곧 ‘경계’와 ‘사수’의 기록이다. 신라 시대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을 정벌한 512년부터 시작해, 조선 시대의 공도 정책에 이르기까지 울릉도는 때로는 비워지고 때로는 채워지는 과정을 반복했다.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던 공도 정책은 역설적으로 이 섬을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순수한 자연의 상태로 보존하게 만들었다.

특히 안용복이라는 인물이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가 조선의 영토임을 인정받았던 사건은 울릉도가 단순한 섬 이상의 상징성을 지님을 보여준다. 맑은 날 울릉도에서 맨눈으로 독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은, 두 섬이 지리적으로나 생활권적으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된 “두 섬이 서로 거리가 멀지 않아 날씨가 맑으면 바라볼 수 있다”는 문장은 수백 년 전 사람들도 이미 이 연결 고리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3무 5다, 결핍과 풍요가 공존하는 삶

울릉도를 설명하는 가장 흥미로운 표현은 ‘3무(無) 5다(多)’일 것이다. 도둑, 공해, 뱀이 없다는 3무는 현대인들이 갈망하는 안전하고 깨끗한 유토피아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물, 미인, 돌, 바람, 향나무가 많다는 5다는 이 섬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척박한 돌산과 거센 바람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이들의 삶은 자연스럽게 강인한 개척 정신으로 이어졌고, 이는 울릉도만의 독특한 문화와 특산품을 만들어냈다.

섬 곳곳에 흩어진 지질 명소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다. 도동과 저동의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파도가 깎아 만든 기괴한 암석들이 줄지어 서 있고, 태하 해안산책로의 대풍감에서는 동해의 푸른 빛이 극치에 달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관음도나 삼선암 같은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육지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와 색채를 지니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다시, 섬으로 떠나야 하는 이유

포항이나 강릉, 동해, 울진 등 여러 항구에서 배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이 먼 곳은, 이제 크루즈의 도입으로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울릉도는 날씨라는 변수가 지배하는 곳이다. 배가 결항되어 발이 묶이거나, 갑작스러운 안개에 길이 막히는 경험조차 울릉도 여행의 일부가 된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야만 하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의 속도에 내 몸을 맞추는 경험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 점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접근하기 쉬운 곳이 아니라 인내와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험준한 성인봉의 능선을 타고 내려다본 동해의 수평선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거대한 세계의 일부를 상기시켜 주었다. 만약 일상의 소음이 너무 커져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다면, 혹은 내 안의 강인함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면 울릉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그곳의 거센 바람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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