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잡하게 얽힌 미로의 입구, 한 명의 탐험가가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왼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오른편으로는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통로가 펼쳐져 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내디뎌야 가장 빠르게 출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
정답을 미리 알지 못하는 존재의 전략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모든 정답을 즉각적으로 내놓는 전지전능한 기계를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AI의 많은 시스템은 정답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탐색(Search)함으로써 답을 찾아냅니다. 경로 계획, 퍼즐 풀이, 로봇 공학, 심지어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 AI에 이르기까지 그 밑바닥에는 동일한 패턴이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문제를 상태들의 집합으로 정의하고, 그 사이를 이동하며 최적의 경로를 찾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현대의 딥러닝이나 거대언어모델(LLM)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AI의 핵심 질문이었습니다. “에이전트가 현재 상태에서 목표 상태까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모호한 현실의 문제를 구조적인 설계도로 바꾸어 놓습니다. 단순히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태가 유효한지, 어떤 행동이 상태를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무엇이 성공인지를 정의하는 공학적 사고방식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상태 공간과 탐색 트리의 지도 그리기
문제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태 공간(State Space)을 모델링하는 것입니다. 상태란 특정 순간의 세상에 대한 스냅샷과 같습니다. 미로 찾기에서는 현재의 좌표가 상태가 되고, 체스에서는 체스판 위에 놓인 모든 기물의 배치가 하나의 상태가 됩니다. 여기서 시작점인 초기 상태와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상태를 설정하면, 비로소 탐색을 위한 지도가 완성됩니다.
이 지도 위에서 AI는 탐색 트리(Search Tree)를 그려나갑니다. 현재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행동을 가지로 뻗어 나가며, 각 가지의 끝에 도달했을 때 새로운 상태가 생성됩니다. 이때 ‘분기 계수(Branching Factor)’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한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트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며, 이는 곧 계산 시간과 자원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결국 효율적인 AI란 이 거대한 가능성의 바다에서 어떻게 하면 헛된 탐색을 줄이고 목표에 빠르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휴리스틱, 직관이라는 이름의 나침반
모든 경로를 무작정 다 가보는 방식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휴리스틱(Heuristics)입니다. 휴리스틱은 목표까지 남은 거리를 추정하는 일종의 ‘어림짐작’ 혹은 ‘직관’입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미로 속에서도 목표 지점이 북동쪽에 있다는 것을 안다면, 북동쪽으로 향하는 경로에 우선순위를 두는 식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맨해튼 거리(Manhattan Distance)’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장애물을 무시하고 가로와 세로축의 거리만 합산하여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는 벽 때문에 돌아가야 하므로 정확한 거리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방향이 목표에 더 가까운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정보가 더해진 ‘정보 기반 탐색(Informed Search)’은 맹목적인 탐색보다 훨씬 빠르게 정답에 도달하게 하며, A* 알고리즘 같은 최적 탐색의 기반이 됩니다.
추상화의 예술과 최적의 균형
흥미로운 점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모델링하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세부 사항을 다 담으려 하면 모델이 너무 무거워져 계산이 불가능해지고, 반대로 너무 많이 생략하면(Abstract too much)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엉뚱한 답을 내놓게 됩니다. 결국 AI 설계의 핵심은 적절한 수준의 추상화(Abstraction)를 찾아내는 예술적 감각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완전성(Completeness)’과 ‘최적성(Optimality)’ 사이의 줄타기를 합니다. 해답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는가, 그리고 찾아낸 해답이 비용 면에서 가장 저렴한 최선의 선택인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때로는 완벽한 정답보다 ‘적당히 괜찮은’ 답을 빠르게 찾는 것이 더 가치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는 비단 AI뿐만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과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라는 상태 공간
인공지능의 탐색 이론을 살펴보며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은, 우리 인간 역시 매 순간 자신만의 상태 공간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 아침 어떤 옷을 입을지부터, 커리어의 방향을 어디로 잡을지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현재 상태’에서 ‘목표 상태’로 가기 위한 경로를 설계합니다. 때로는 휴리스틱에 의존해 직관적인 선택을 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잘못된 가지를 쳐내기도 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삶을 하나의 탐색 문제로 정의한다면, 지금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휴리스틱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남들이 말하는 성공의 경로를 따르는 맹목적인 탐색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너무 많은 선택지라는 분기 계수에 압도되어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삶이라는 거대한 상태 공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완벽한 알고리즘보다 나만의 나침반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용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