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기안84의 채널 ‘인생84’ 영상을 다시 정주행했다. 화려한 편집이나 정교한 기획 없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의 묘한 매력에 한동안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특히 최근 그가 보여준 행보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 사람이 단순히 ‘웃기는 연예인’을 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개척하는 독특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핍과 서투름이 만드는 의외의 미학
기안84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날것’이다. 그는 스스로도 인정했듯, 만화가 시절 작품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짓는 것에 서툴렀다고 한다. 노병가나 기안84 단편선 같은 작품들이 극적인 임팩트보다는 다소 엉성한 마무리를 보여줬던 이유도 그가 극적인 전개를 그리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고백은 꽤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중은 그의 그런 ‘완벽하지 않음’에 열광한다. 모든 것이 정교하게 설계된 콘텐츠의 시대에, 계산되지 않은 행동과 솔직한 감정 표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경기도 화성시 기안동에서 따온 이름과 출생년도 1984년을 합친 그의 필명처럼, 그는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다.
한계를 시험하는 ‘초극한’의 도전 정신
최근 그가 보여준 행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마라톤에 대한 도전이었다. 프로그램 극한 84에서 그는 42.195km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의 코스에 자신을 내던졌다. 빙판길에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얼음을 씹으며 달리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예능적 설정이라기보다, 자기 자신을 시험대에 올리는 수행자의 모습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고통을 겪으며 역설적으로 ‘행복’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편안함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생존의 끝단에서 느끼는 희열과 성취감. 이는 그가 만화가로서,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늘 유지해온 ‘결핍을 동력으로 삼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내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는 가장 큰 예술이자 삶의 증명이었을 것이다.
성덕이 되기 위한 6개월의 집요함
그의 집요함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에서도 드러난다. 공포만화의 거장 이토 준지를 만나기 위해 6개월 동안 일본어 공부에 매진했다는 일화는 정말 놀라웠다. 단순히 통역사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편한 길 대신, 서툴더라도 자신의 언어로 진심을 전하고 싶어 했던 그의 고집이 결국 ‘성덕(성공한 덕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방식 역시 기안84답다. 만삭인 서지승과 함께 일본을 방문해 다산을 상징하는 토끼 그림이 그려진 신사를 찾아다니며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는 모습은, 투박하지만 그 어떤 세련된 선물보다 따뜻한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는 화려한 말솜씨는 없지만, 상대가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우리는 왜 기안84라는 거울을 보는가
기안84의 삶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늘 완벽한 마무리를 강요받고, 효율적인 경로로 성공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산다. 하지만 그는 “마무리를 잘 낸 적이 없다”고 쿨하게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부딪힌다. 11억 원의 빚을 갚아주겠다는 농담 섞인 고백을 던지는 엉뚱함 속에서도, 그는 누구보다 삶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궤적은 우리에게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정답이 정해진 길을 걷는 것보다, 때로는 빙판길에 넘어지고 얼음을 씹으면서라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몸소 증명하고 있다.
나는 이번에 기안84의 행보를 보며, 나 역시 너무 ‘정답’에만 집착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때로는 계획되지 않은 여정에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실패의 끝에서 진짜 나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은 삶의 어떤 부분에서 ‘기안84스러운’ 날것의 용기를 내보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