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시스템 설계의 관점 전환과 사회적 맥락

대표 이미지

사용자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시스템 설계의 관점 전환과 사회적 맥락

단순한 사용성 개선을 넘어, 기술이 놓치고 있는 인간의 복잡성과 조직적 맥락을 아키텍처에 통합하는 방법

예전에 대규모 B2B 시스템을 구축할 때였어요. 저희 팀은 소위 말하는 ‘사용자 중심 설계(UCD)’를 철저히 따랐죠. 인터뷰도 수십 번 했고, 유스케이스를 촘촘하게 짜서 클릭 한 번이라도 줄이는 데 집착했습니다. 결과물은 아주 매끄러웠어요. 그런데 막상 배포하고 나니 이상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사용자들이 시스템이 제공하는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무시하고, 굳이 불편한 우회 방법을 찾아 쓰고 있었던 겁니다. 알고 보니 그들에겐 시스템 외부의 조직적 정치 관계와 암묵적인 업무 규칙이라는, 저희 설계도에는 없던 ‘진짜 맥락’이 있었더라고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용자 중심 설계가 정작 인간의 진짜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 혹시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2] 진정한 인간 중심 설계(HCD)는 단순히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사용자 경험’을 넘어,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적 맥락과 인간의 실존적 요구를 통합하는 체계적인 탐구 과정이어야 합니다.

쟁점: ‘사용자’와 ‘인간’은 무엇이 다른가

사실 현업에서 UCD(User-Centered Design)와 HCD(Human-Centered Design)라는 말을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시니어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지향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UCD는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특정 집단’에 집중하며 효율성과 사용성 최적화를 핵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HCD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 웰빙,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맥락까지 포괄하려는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갈게요. UCD가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의 최적화에 치중한다면, HCD는 기술이 인간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민합니다. 사용자 중심 사고는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특정 타겟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4], 인간 중심 설계는 그들을 단순한 ‘기술 이용자’가 아니라 광범위한 사회-기술적 시스템의 일부로 봅니다 [6].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A ‘human’ is much more than eye and finger movements” [2]

인간이란 단순히 눈과 손가락을 움직이는 존재 그 이상이라는 뜻이죠.

효율적인 UCD가 곧 최선의 인간 중심 설계일까?

물론 “너무 철학적인 이야기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어요. 실무적으로 보면, 잘 짜인 UCD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인간 중심 설계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선 명확한 유스케이스(Use-case) 기반의 설계는 제품의 시장 진입 속도를 엄청나게 높여줍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이게 생존 전략이죠. 또한 ISO 9241-210 같은 표준을 활용하면 인터랙션 오류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무엇보다 사용자의 인지 부하(Cognitive Load)를 줄여주는 것이 실질적으로 인간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어요. UX 개선을 통해 유용성과 편의성에 대한 지각을 높이면, 사용자가 겪는 부정적인 경험을 즉각적으로 제거할 수 있으니까요 [9]. “일단 쓰기 편해야 사람이 행복하다”는 논리입니다.

사용성이라는 함정이 가리는 ‘인간의 맥락’

하지만 여기서 위험한 함정이 나타납니다. 바로 ‘기술적 문제 해결(Problem Closure)’에만 매몰되는 것이죠. 설계자가 “이 문제는 이렇게 풀면 끝이야”라고 정의하는 순간, 시스템이 작동하는 실제 사회적 배경이나 사용자들이 서로 협상하며 만들어가는 목적들은 무시되기 쉽습니다 [2].

실제 현장에서 보면, 사용자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시스템의 버튼 위치보다 ‘시스템 외부’의 변수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예를 들어 주변 환경이나 심리 상태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의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5].

더 무서운 건 ‘단순 자동화의 역설’입니다. 모든 것을 너무 편하게 만들어버리면 인간의 숙련도가 낮아지는 ‘탈숙련(deskill)’ 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삶의 질을 빈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2].

“The emphasis on problem closure that is embedded in current approaches to designing information systems (IS) precludes an examination of those issues central to human-centered design.” [2]

정보 시스템 설계의 현재 접근 방식에 내재된 ‘문제 종결’에 대한 강조가, 정작 인간 중심 설계의 핵심 이슈들을 검토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입니다.

시스템 설계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들

저도 연차가 쌓이면서 느낀 건데, 우리 같은 설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사용자를 ‘기능적 단위’로 정의하는 거예요. “사용자는 A 페이지에서 B 버튼을 누른다”라고 정의하는 순간 공감은 사라지고 수식만 남죠.

특히 비즈니스 수익성 목표와 윤리적인 사용자 경험 사이의 충돌이 잦습니다. 클릭률(CTR)을 높이기 위해 다크 패턴을 넣는 것이 전형적인 예인데, 이는 수익성을 위해 사용자의 이익을 해치는 설계가 됩니다 [9].

또한 우리가 상정한 ‘평균적인 디지털 숙련도’와 실제 사용자의 수준 사이에는 늘 괴리가 있습니다.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사용자의 주의력이 언제든 외부 요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맥락을 무시하곤 하는데 [5], 이런 간극이 결국 특정 계층의 소외로 이어지게 됩니다.

대안적 접근: 이중 주기 모델과 시스템 사고의 통합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저는 UCD와 HCD를 조화시킨 ‘이중 주기 모델’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이는 보도나 이론에 따르면 ‘기술적 문제 해결(Technical Closure)’과 ‘조직적 문제 탐구(Organizational Inquiry)’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2].

여기에 Industry 5.0의 원칙을 더해보면 어떨까요? 기술의 역할을 단순히 자동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작업을 강화(Augmentation)하여 더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인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3].

결국 개별 인터페이스 하나하나를 최적화하는 것을 넘어, 전체 생태계와 관계를 보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가 필요합니다. 부분의 합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관계를 볼 때 비로소 인간 중심의 아키텍처가 완성되기 때문이죠 [8].

핵심 요약

  • UCD는 HCD의 부분집합입니다. 진정한 설계를 위해서는 사용성을 넘어선 사회적 맥락 이해가 필수적이에요.
  • ‘정답(Closure)’만 찾는 설계는 위험합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이 오히려 실제 인간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어요.
  • 자동화의 목표를 재정의하세요. ‘인간 대체’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 강화’에 두어야 진짜 혁신이 나옵니다.
  • 사람을 복원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사용자’라는 추상적인 단어 뒤에 숨겨진 구체적인 삶과 환경을 바라봐야 해요.

현실적으로 비즈니스 일정과 비용 때문에 모든 인간적 맥락을 다 고려하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9].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이 누군가의 숙련도를 뺏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숫자 뒤에 숨은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클릭률을 높이는 ‘기능 설계자’가 아니라, 기술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능성을 확장하는 ‘아키텍트’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References)

1. [cci.drexel.edu] Human-Centered Vs. User-Centered Approaches to Information System Design — https://cci.drexel.edu/faculty/sgasson/Pubs/SG-JITTA.pdf 2. [ube.ac.uk] Human-centred design 101: here’s what it means for architecture — https://www.ube.ac.uk/whats-happening/articles/human-centered-design 3. [www.mdpi.com] Human-Centered Systems Thinking in Technology-Enhanced Sustainable and Inclusive Architectural Design — https://www.mdpi.com/2071-1050/16/22/9802 4. [ixdf.org] What is Human-Centered Design (HCD)? — https://ixdf.org/literature/topics/human-centered-design 5. [ux.stackexchange.com] Human Centered Design vs. User Centered Design — https://ux.stackexchange.com/questions/72445/human-centered-design-vs-user-centered-design 6. [en.wikipedia.org] Human–computer interaction — https://en.wikipedia.org/wiki/Human%E2%80%93computer_interaction 7. [en.wikipedia.org] User experience — https://en.wikipedia.org/wiki/User_experience 8. [en.wikipedia.org] Systems thinking — https://en.wikipedia.org/wiki/Systems_thinking 9. [en.wikipedia.org] User experience — https://en.wikipedia.org/wiki/User_experience

관련 글 추천

  • https://infobuza.com/2026/07/16/20260716-hf14au/
  • https://infobuza.com/2026/07/16/20260716-145ztn/

FAQ

사용자 중심 설계(UCD)와 인간 중심 설계(HCD)의 주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UCD는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특정 집단'에 집중하여 효율성과 사용성 최적화를 핵심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HCD는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 웰빙,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맥락까지 포괄하며 기술이 인간의 삶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효율적인 UCD가 항상 최선의 설계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술적 문제 해결(Problem Closure)에만 매몰될 경우, 시스템 외부의 사회적 배경이나 사용자들이 협상하며 만들어가는 실제 목적들이 무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것을 너무 편하게 만드는 단순 자동화는 인간의 숙련도가 낮아지는 '탈숙련(deskill)' 현상을 일으켜 삶의 질을 빈약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시스템 설계자가 사용자를 정의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무엇인가요?

사용자를 단순히 'A 페이지에서 B 버튼을 누르는' 식의 기능적 단위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공감보다는 수식만 남게 되며, 비즈니스 수익성을 위해 다크 패턴을 도입하여 사용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실제 사용자의 디지털 숙련도 및 외부 맥락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제안하는 '이중 주기 모델'이란 무엇인가요?

기술적 문제 해결(Technical Closure)과 조직적 문제 탐구(Organizational Inquiry)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UCD와 HCD를 조화시키려는 설계 접근 방식입니다.

인간 중심의 아키텍처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은 무엇인가요?

개별 인터페이스의 최적화를 넘어 전체 생태계와 관계를 바라보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가 필요합니다. 또한 자동화의 목표를 인간 대체가 아닌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 강화'에 두어야 합니다.

정보부자 편집장 JYLEE · 10년차 IT 엔지니어 출신
현업 개발·인프라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트렌드를 직접 검증하고 풀어 씁니다. 모든 글은 작성 후 사람이 사실관계를 검토합니다.

보조 이미지 1

보조 이미지 2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